인프라 담론과 공간 정치


출판 정보

  • 저자이진형 , 이정 , 배상희 , 허유선 , 이미애 , 구동현 , 김화자 , 홍유진 , 임보미
  • 출판사앨피
  • 출판일2025.12.31

인프라의 공간적 배치가 갖는 은밀하고 지속적인 영향력

누구나 깨끗한 물이 나오는 상수도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친환경 전력망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매년 강수의 범람으로 피해를 입으면서도 거주지를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폭력과 범죄의 위험 때문에 보행로를 마음 편히 걷지 못하는 지역민들도 있다. 나아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쏘아 올린 수많은 인공위성들이 새로운 제국주의 통치 장치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인프라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상 부정의를 견고하게 하고, 그런 관계들을 자연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인프라가 존재하는 불평등을 단순히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만들어 내며 견고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프라의 공간적 차원은 “국가, 시민, 범죄, 계급 같은 광범위하고도 추상적인 사회질서가 일상적 실천의 수준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런 권력 · 위계 관계가 감지 가능한 물리적 · 정서적 피해 형식으로 어떻게 번역되는지 보여 주는 이상적 장소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인프라 인문학은 인프라에 대한 이러한 확장된 인식을 바탕으로 젠더, 인종, 식민주의, 포스트식민성, 계급 등 사회구조들의 작동에 인프라가 어떻게 참여하는지 확인하고, 나아가 생명체의 취약성과 그에 따른 인프라 의존성을 강조함으로써 인프라 연구의 범위를 인간-너머로까지 넓혀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 또한 인프라 인문학의 논의 범위에 포함한다.

인프라가 공간을 형성하는 방식에 대하여


이 책은 역사학, 과학학, 미디어학, 박물관학, 사회학, 도시학, 법학 등 다양한 분과학문을 배경으로 하며, 인프라 연구가 사회적 관계와 세계의 안전하면서도 정의로운 재편을 논의하는 중요한 장소가 될 것임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다.
1부 ‘인프라의 개념적 다종성’에서는 생태역사학적 관점에 입각한 인프라의 개념화, 넝마주의와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의 관계를 중심으로 보는 느린 재난의 인프라에 관한 통시적 고찰, 인프라로서의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윤리적 문제화, 현대적 문화인프라로서 일본 역사박물관 연구 등이 이루어진다.
2부 ‘인프라와 공간 정치’에서는 도시를 중심으로 인프라가 공간을 형성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인프라의 물질성을 매개로 한 신자유주의의 초국적 이동, 도시의 건축 인프라를 통한 친환경 콤팩트시티 구상, 인구 감소 시대 축소도시 담론, 일본 동물원이 도시에서 갖는 인프라적 의의 등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