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한 모빌리티의 구성과 재구성
인프라스트럭처의 새로운 개념화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는 통상 “빌딩, 교통, 물, 에너지 공급과 같이 한 국가나 조직이 매끄럽게 운영되는 데 필수적인 시스템이나 서비스들”(Oxford Dictionaries)로 정의되며,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사람, 사물, 지식(정보)의 모빌리티를 더욱 강화시키는 수단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높은 관심과 관련 연구들은 물질적 시스템이나 구조물을 넘어선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를 보여 주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문화비평 학자인 로런 벌랜트Lauren Berlant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사회적 형식들social forms의 움직임movement과 패턴patterning”이라고 정의한다. 인프라스트럭처란 우리의 삶을 조직화하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매개과정mediation’이며, “하나의 세계를 지속가능하게 해 주는 관계들을 서로 가깝게 연결시켜 주는 모든 시스템들”이라는 것이다.
왜 인프라스트럭처인가?
오늘날의 인프라스트럭처는 우리의 일상생활, 노동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접근성이 높고 심지어는 존재하고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우리 삶의 본질적 요소로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주목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의 부당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음에도 그것이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단지 기능 기술적인 문제로 한정되면서 이러한 부당성에 의해서 왜곡된 사회적 관계들을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교통 문제는 새로운 솔루션, 서비스, 플랫폼을 도입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 오늘날과 같이 탈규제와 사유화의 경향이 강화된 환경에서 교통 체계와 같은 인프라스트럭처는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의 형식들을 만들어 내고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오늘날의 정치가 불안insecurity의 재분배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이질적이고 불연속적인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정치적 갈등에 주목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모빌리티 인프라스트럭처와 생활세계
이 책은 인프라스트럭처 연구의 비판적 연구 성과와 통찰에 주목하면서,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해 모빌리티의 다층적이고 물질적이며 관계적인 측면을 드러내고자 ‘모빌리티 인프라스트럭처’ 개념을 제시한다. ‘모빌리티 인프라스트럭처’는 모빌리티와 관련된 하드웨어뿐 아니라 사회기술적 시스템으로서 모빌리티와 연관된 조직, 제도, 담론/지식 체계,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책은 오늘날 생활세계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현상들의 특징을 좀 더 정확하고 입체적으로 포착하고, 현대사회의 다층적 층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빌리티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자 도시 공간,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이주 분야에서 모빌리티 현상의 물질적 관계들을 미디어 인프라스트럭처, 도시 인프라스트럭처, 이주 인프라스트럭처 개념을 통해 살펴보고, 생활세계 영역에서 모빌리티와 관련된 물질적 변화를 조망하고 정교화한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