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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자락,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작은 공동체 ‘욕조(The Bathtub)’에는 여섯 살 소녀 허쉬퍼피(Hushpuppy)가 아빠 윙크(Wink)와 함께 살아간다. ‘욕조’는 가난하고 거칠지만,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들로 가득한 자유로운 세계이다. 허쉬퍼피는 아빠의 사랑을 받지만, 윙크는 병을 숨기고 있고, 허쉬퍼피는 늘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어느 날, 북극의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상징적인 장면과 함께 ‘욕조’를 덮친 거대한 폭풍이 마을을 파괴한다. 물에 잠긴 집들과 떠내려가는 동물들 속에서 허쉬퍼피와 윙크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의지한다. 그러나 홍수 이후 정부는 ‘욕조’ 주민들을 ‘재난 이재민’으로 분류해 강제로 이주시키려 하고, 병원과 시설로 끌어가려 한다. 그곳은 안전하지만, ‘욕조’가 가진 자유와 공동체의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허쉬퍼피는 아빠를 구하고,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과정에서 허쉬퍼피은 상상 속에서 얼음을 깨고 나타난 고대의 거대한 야수 오록스(Aurochs)와 마주한다. 오록스는 허쉬퍼피가 두려움과 상실을 극복할 때 등장하는 존재로, 자연과 생명의 거칠고도 원초적인 힘을 상징한다.

마지막 순간, 허쉬퍼피는 병든 아빠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오록스 앞에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마치 세상을 이끄는 작은 전사가 된 듯, 그녀는 ‘욕조’ 공동체를 앞으로 이끄는 새로운 세대의 존재로 거듭난다. 영화는 작은 몸으로 거대한 세상을 끌어안으려는 허쉬퍼피의 성장과, 자연·가족·정체성에 대한 시적인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