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종성 비판


출판 정보

  • 저자하임 하잔
  • 역자이진형 역
  • 출판사서울 : 앨피
  • 출판일2020.02.10
차등화되는 노화와 통증, 자폐증, 죽음에 관하여

이 책에 대한 평가

시장이 부추기고 선전하고 중재하고 자체제작한 보편적인 의무의 부수적 희생자들을, 자기정의와 자기주장으로 빛나는 세계의 다른 어두운 측면을, 강제로 고정되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끄집어내어 새로운 전망을 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 책.
–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리즈대학교 사회학 명예교수
지적인 투어. 하잔Hazan은 포스트모더니즘이 혼성화, 네트워킹, 동화를 존중한다면서, 어떻게 우리 삶의 돌이킬 수 없고, 화해할 수 없고, 순수한 형태를 희생시키는지를 보여 준다. ‘야만인’, 노인, 자폐증 환자, 통증 및 홀로코스트와 같은 대상들을 바라보는 현대적 혐오감과 무시를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진단한다.
– 세인트앤드류대학교 나이젤 랩포트Nigel Rapport



이 책은 Haim Hazan의 Against Hybridity: Social Impasses in a Globalizing World (Cambridge: Polity, 2015)​ 의 번역본입니다.

혼종의 시대가 감춘 비혼종들

현대 서구문화에 대한 신선한 비판을 제공하는 저자의 독창적인 통찰이 돋보이는 책. 현대문화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문화적 경계의 침범과 혼란을 긍정적으로, 일상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세계에서 낯선 사람이나 이민자는 환영받는 존재로 의미화된다. 그러나 이 하이브리드(혼종)에는 대가가 있다. 바로 (비)혼종에 대한 무시와 거부 혹은 침묵이다. 우리가, 혹은 서구문화가 비혼종으로 인식하고 거부하거나 무시 또는 관리 가능한 것으로 간주하는 비혼종 존재들에 대한 사회학적/인류학적 고찰.

제2, 제3의 인생? 노인의 차등화

이 책은 지구화의 압도적 힘을 신봉한 나머지 맞닥뜨리게 된 사회적 난국을 인식하려는 시도다. 타자성이라는 오래된 이념을 새로운 형태의 인류학으로 갱신하는 것, 고도로 혼종화된 시대의 두려움과 불안을 재사유하는 것, 가장 중요하게는 아직까지 변방에 놓여 있는 노년old age 연구를 중요한 실마리 삼아 오늘날의 곤경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분명 노화를 추적하고 연구해 온 저자의 지난 수십 년간의 노력이 낳은 학술적 자산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비혼종의 대표적인 사례는 노인이다. 하잔은 우리(서구화된) 문화가 어떻게 노년층을 제2, 제3의 인생으로 등급을 매기고 차등화하는지 보여 준다. TV 광고는 새로운 과학적 기법과 기술로 노화를 얼마든지 늦추고 교정될 수 있다고 선전한다. 이로써 변형 불가능하고 시장성이 없는 노화는 상업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은폐된다.

통증, 자폐… 환영받지 못하는 비혼종들

지난 20년간 비판적 사회이론이 우리에게 분명히 가르쳐 준 바는, ‘탈근대적인 것’ 그 자체에 관한 어떤 확실성도 의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를 문화 분석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불가결한 구성물로 계속 활용한다. 탈식민적, 토착민, 이주민, 유목민 등은 모두 환영과 격려를 받는 가운데 서구적, 탈근대적, 중년기적, 신경전형적 문화에 혼종화되고 동화된다. 이런 문화에서는 사회적 난국을 구성하는 인지 가능한 비혼종 요소들, 즉 파괴 불가능한 본질을 지닌 실재들은 문화적 담론에 의해 거부·묵살·박멸당하게 된다. 그 모두는 ‘액체 근대’와 소비주의 문화의 연속적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실재들의 이야기다.

비혼종을 구성하는 탈근대 문화의 감수성과 집착

중심 서사는 노화와 제4의 인생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하위 플롯으로 통증, 홀로코스트, 자폐증, 근본주의, 죽음 같은 억압당하고 묵살당하는 주제들을 다룬다. 이 다양한 사례들이 처한 사회적 위치를 설명해 주는 생명정치적 공통분모가 이 책에서는 강조된다. 이 ‘비혼종’의 잔여층들이 혼종화가 여전히 일어날 수 있는 역동적 스펙트럼을 만들어 내도록 단계화되고 차등화되는 사이, 비혼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혐오, 거리두기, 거부반응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비혼종적 본질들의 실제 존재, 즉 노년, 통증, 자폐증 같은 형태를 취하는 그 존재의 편에서 논의를 전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그저 ‘비혼종’이 오늘날 탈근대적·서구적·중년기적·신경전형적 문화에서 비혼종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가 살아가는 소위 ‘탈근대’ 문화의 감수성과 집착이 어떻게 ‘비혼종’으로 간주되는 요소들을 거리두기, 거부반응, 단계화, (하위) 차등화를 기도하는 특정한 사회 전략들의 목표물로 만드는지 검토하는 것이다.

지은이

하임 하잔Haim Hazan –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사회학과 사회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회현상으로서의 노인 연구를 중심으로 생애주기, 공동체, 민족주의 등을 연구하고 있다.《 가장된 꿈: 이스라엘 청년을 위한 시오니스트의 꿈Simulated Dream: Zionist Dreams for Israeli Youth》(2001), 《노년: 구성과 파괴Old Age: Constructions and Deconstructions》(1994), 《림보 피플: 노년의 시간계 구성 연구Limbo People: A Study of the Constitution of the Time Universe among the Aged》(1980) 등을 저술했고,《황혼의 민족주의: 인생의 종말에서 실존의 정치학Twilight Nationalism: Politics of Existence at Life’s End》(2018),《악 만들기: 지구적 시대의 홀로코스트 기억Making Evil: Holocaust Memory in the Global Age》(1980) 등을 공동 저술했다.

옮긴이

이진형 – 건국대학교 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에서 HK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역서로《1930년대 후반 식민지 조선의 소설 이론》, 《바흐친의 산문학》(공역),《 각색 이론의 모든 것》(공역), 《모빌리티와 인문학》(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