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시대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


출판 정보

  • 저자김태희 외
  • 출판사서울 : 앨피
  • 출판일2020.02.28
피상적 낙관론을 넘어
새로운 모빌리티 통치성 정립을 위하여

모빌리티 개념의 확장, 물질적 전회와 공진화

21세기 들어 존 어리John Urry 등이 주창한 이른바 ‘새로운 모빌리티 패러다임new mobilities paradigm’은 현대사회에서 사람・사물・정보・이미지 등의 이동의 다양한 유형, 속도, 성질 등을 학제적으로 탐구한다. 고도 모빌리티 사회를 분석하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 명제 중 하나는 “모빌리티가 물질적이고, 모빌리티가 사람·사물·정보·관념·이미지가 움직이는 물질적 조건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질성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기반으로 사회과학 및 인문학 연구에서 이른바 “물질적 전회material turn”가 등장한다. 물질적 전회는 사회/자연 이분법에 기초한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하고 인간과 “물질적인 것, 인간 이상의 것more-than-human, 또는 비인간non-human의 것”의 존재론적 동등성이라는 이른바 ‘평평한 존재론flat ontology’의 관점에서 인간-비인간 결합체assemblage에 주목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테크놀로지는 단순히 인간과 세계를 매개해 주는 하나의 도구가 아니며 인간이 처음 기술을 사용하던 시기부터 이미 인간과 기술은 긴밀히 접속되어 있었고 공진화co-evolution를 이루어 냈다고 할 수 있다. 평평한 존재론에 입각한다면, “자연-기계-인간이 연속적으로 맺고 있는 앙상블” 안에서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를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갈’ 미래를 위한 성찰

공진화는 흔히 “상호작용하는 종들의 호혜적 진화”로 정의되지만, 공진화에는 협력적 또는 이타적, 경쟁적, 착취적 혹은 포식자-먹이 방식이 있으므로 넓은 의미에서는 반드시 호혜적 진화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진화 개념 자체가 긍정적인 발전, 즉 진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공진화 역시 진보만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점은 모빌리티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이동하는 인간과 모빌리티 테크놀로지의 공진화가 양자의 진보를 뜻한다는 널리 퍼져 있는 전제에 입각한다면,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미래상에 대한 피상적 낙관론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빌리티 전회와 물질적 전회의 교차로에서, 호모 모빌리쿠스와 모빌리티 테크놀로지의 ‘모빌리티 공진화’를 개념화하고, 특히 이러한 공진화가 인간의 새로운 지각과 정동, 시간 의식과 공간 의식, 장소성 등을 야기함으로써 일종의 ‘모빌리티 스케이프’를 형성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나아가 이러한 공진화 안에서 사회의 새로운 권력과 통치 양태를 ‘모빌리티 통치성’의 개념 하에서 살펴보았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 1부 – ‘모빌리티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공진화’는 모빌리티 패러다임에서 공진화를 논의할 수 있는 사상적 토대인 물질적 전회의 여러 양상들을 살펴본다. 인공지능, 포스트휴머니즘 등이 제기하는 새로운 ‘인간학’과 관련한 논의와 이들이 사회과학과 인문학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원론적인 차원에서 다각도로 검토한다.
  • 2부 – ‘모빌리티 스케이프와 호모 모빌리쿠스’는 인간과 기술의 공진화의 구체적 양상으로서 인간의 감각, 지각, 정동, 행위성, 시간/공간 의식, 장소성 등이 모빌리티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조명한다.
  • 3부 – ‘이동하는 사회와 모빌리티 통치성’은 공진화 안에서 개인으로서의 인간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고, 이러한 사회의 새로운 통치성governmentality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숙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