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고에서는 존 어리가 발전시킨 네트워크 자본 이론을 바탕으로 일본 근대소설작가 아베 고보(安部公房)의 소설 『모래의 여자』에서 주인공이 거쳐갔어야 할 사구 아래가 주인공 안에서 장소화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렌즈’를 통해서 살펴보았다. 주인공의 일상의 의미는 모래 밑으로 가라앉아버리고, 모래 아래에서의 삶이 주인공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동과 정주가 반복되는 이 ‘일상’ 공간은 이른바 모빌리티 공간이다. 그러나 아베 고보가 그린 모래 밑은 이동도 정주도 자유롭지 않고 권력의 통제를 받는 정지된 공간이다. 그곳은 일반적인 ‘일상’의 의미가 아닌 비정상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비정상적인 아이덴티티만이 남는 정주와 이동도 금지된 세계다. 본고에서는 모빌리티 이론 즉 이동의 자유와 평등에 기반하여 『모래의 여자』의 주인공이 감금과 감시 속에서 ‘권력의 통제’를 받고 ‘비정상적인 아이덴티티’를 가지며 ‘비현실적인 세계’를 사는 인물로 보았다. 그러나 근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통제의 강도가 다를 뿐 이동의 통제를 받고 살아가고 있다면 『모래의 여자』의 주인공은 오히려 근대사회 시스템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 글로벌리서처 월례발표회는 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HK연구원들의 국제적 연구역량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