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한 평가
– 로버트 무거라우어Robert Mugerauer(워싱턴대학교 건축환경대학 교수)
– 잉그리드 리먼 스테파노빅Ingrid Leman Stefanovic(시몬 프레이저 대학 환경학부 학장)
이 책은 David Seamon의 Life Takes Place: Phenomenology, Lifeworlds and Place Making (Taylor & Francis, 2018) 의 번역본입니다.
삶의 근본 발판인 장소, 장소현상학
우리는 왜 삶life이 일어난다고 표현할까? 이 질문이 이 책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발생’하고, 그 발생의 현장이 ‘장소’이다. 바로 ‘장소현상학’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시먼은, 인간은 언제나 장소 내 존재라는 현상론적 주장을 바탕으로, 이동성이 급격히 진전된 오늘날의 시대에는 이 장소현상학이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지리적 모빌리티, 디지털 테크놀로지, 전 지구적 상호연결의 시대에도, 실제-세계 장소와 장소 체험은 인간의 삶과 안녕에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환경 사상가 에드워드 케이시, 제프 말파스, 에드워드 렐프 등의 최신 장소현상학 연구에 의거하여 장소 및 실감되는 장소 잡기가 어떻게 인간 체험의 필수적 일부인지, 인간 존재가 어떻게 언제나 이미 장소‐내‐인간‐존재인지를 고찰한다. 케이시가 공언하듯이, “존재함은 장소 내에 존재함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우리의 이동적 초근대 세계에서도 인간의 삶은 장소 없이는 불가능하다.
장소 체험의 변증법
이 책은 장소를 더 포괄적으로 이해하고자 구체적 장소 및 장소 체험 사례에 의거한다. 저자가 ‘공동상승적 관계성’이라고 부르는 전체론적 이해 방식에 의거해, 저자는 세 가지 상보적인 관점에서 장소, 장소 체험, 실감되는 장소 잡기를 고찰한다. 첫째, 전체론적 관점, 둘째, 변증법적 관점, 셋째, 생성적 관점이 그것이다. 이 세 관점 각각이 다양한 장소 유형과 장소 체험에 충실한 상보적 체험, 상황, 행위, 의미의 스펙트럼을 가리킨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그리고 이 세 관점 각각이 장소를 개념적으로 이해할 대조적이지만 상보적인 방법을 제공한다고 제안한다. 인간의 삶의 질은 탄탄한 장소 및 창조적이며 실현된 장소 만들기와 불가분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장소-모빌리티가 한데 묶인 ‘좋은 삶’
인간 모빌리티 연구와 관련하여, 장소 및 장소 체험의 변증법적 면모는 특히 중요하다. 인간의 삶과 환경적 체험은 언제나 운동과 정지, 집과 여정, 여기와 저기, 고정성과 흐름 사이의 실감되는 변증법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상호연결된 세계는 세계화, 디지털 테크놀로지, 물리적 유동성이 지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모빌리티, 네트워크, 결합체, 리좀, 초물리적 이동 등 연속적이며 역동적인 변화를 전제하고 촉진하는 지리적·사회적 요인과 과정이 강조되고 있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도, 운동과 정지 양쪽 모두 인간의 삶에 불가결하며, 양쪽 모두를 고려해 우리가 실감하는 지리학을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장소-모빌리티라는 서로 얽히고 불가결한 두 성질이 단절되지 않고 함께 묶일 수 있을까? 저자는 두 가지가 함께 묶인 삶이야말로 “좋은 삶”이 아니겠다고 제안한다. 장소나 모빌리티, 어느 한쪽에 온통 둘러싸이거나 우회하거나 대체되는 세계에서는 좋은 삶이 불가능하리라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 제안이자 메시지다.
지은이
데이비드 시먼David Seamon – 미국 캔자스주 맨해튼에 있는 캔자스주립대학교Kansas State University의 건축학 교수이자 환경행태 연구자이다. 디자인의 인간적 측면, 환경과 건축 경험 등 자연 환경과 건축 환경이 인간의 안녕에 기여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A Geography of the Lifeworld》, 《Dwelling, Place and Environment》, 《Dwelling, Seeing, and Designing》, 《Goethe’s Way of Science: A Phenomenology of Nature》 등이 있다.
옮긴이
최일만 –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후설의 현상학을 연구하고 있다. 《현상학 하기를 배울 수 있는가?》(레스터 엠브리), 《인터넷의 철학》(휴버트 드레이퍼스) 등의 저서를 번역했다.